정이 많은 개발자
프로그래밍에 대한 애정
저는 부족함이 많은 개발자입니다. 자랑거리도 아닌 문장을 첫 문장으로 자랑스럽게 작성할 수 있었던 것은,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기 때문입니다. 부족함을 인지하는 과정과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고통을 마주하는 건 항상 힘들지만, 부족함을 인정하고 발전하고자 하는 욕심 많은 제 모습을 좋아합니다. 저뿐만이 아닙니다. 우테코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춘 크루들은 알고 있는 것을 내세우기보다 자신의 부족한 점에 대해 이야기하기 바쁘고,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밤, 낮 가리지 않고 부단히 노력합니다. 더 나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걱정과 고민은 어쩐지 개발 문화와도 많이 닮아있습니다. 불과 한 달 전 작성한 코드는 레거시가 되어 리팩토링의 대상이 되고, 조금 더 나은 코드로 발전할 기회를 얻습니다. 어제보다 더 나은 코드를 작성하기 위해, 또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만들어 낸 발전지향적인 문화를 동경합니다.
운영하는 서비스에 대한 애정
소프트웨어는 물리적인 실체는 없지만 그만큼 일상에 스며들어 큰 파급력을 갖습니다. 싸이월드가 많은 사람들의 추억으로 깃든 것처럼 소프트웨어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만큼 우리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. 이러한 소프트웨어의 영향력을 활용해 더 많은 사람에게까지 도움이 닿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. 선한 의도에서 파생된 프로그램을 많은 사용자에게 경험시켜 주고 싶습니다. 운영하는 서비스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, 단순히 기능 구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영향력에 대해서도 생각할 줄 아는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.
함께 하는 동료들에 대한 애정
기술보다 사람에 관심이 더 많은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. 우테코를 시작하고 페어프로그래밍을 비롯해 여러 차례의 협업을 진행하면서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질문입니다. '나는 함께 일 하고 싶은 개발자인가?' 좋은 동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항상 부족함을 느꼈고, 이는 부족함을 채우고 싶다는 욕구로 이어졌습니다. 개발이 즐거워서, 만드는 서비스가 주는 재미가 동기부여가 될 때도 있었지만, 항상 최선을 다하는 팀원들이 주는 에너지는 프로젝트를 끝까지 마무리하게 해준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. 맡은 역할에 책임감을 느끼고, 끝까지 믿고 함께할 수 있는 동료가 되고 싶어졌습니다.
꽤 가까운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제가 우는 모습을 봤을 것입니다. 정이 많아 눈물이 많아지는 순간이 너무 싫었지만, 정이 많아 꽤 괜찮은 개발자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봅니다. 개발, 서비스, 사람에 대한 정을 프로그램으로 잘 녹여 주변의 동료와 서비스 사용자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개발자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.